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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의 과학이야기

암반 내 균열망과 지하수 통로에 관해

by mmin07 2025. 6. 5.

암반 내 균열망과 지하수 이동 통로 해석 – 지하수 순환 시스템의 지질학적 기반

암반 수문학과 균열망의 개요

암반 수문학(fractured rock hydrogeology)은 균열(fracture)이 발달한 암반 내에서의 지하수 이동, 저장, 순환 현상을 연구하는 분야로, 지하수 개발, 오염 예측, 지반 안정성 평가에 필수적인 지질학적 기반을 제공한다. 암반은 일반적으로 기공률이 낮고 투수성이 제한되나, 자연적 또는 인공적 균열이 형성될 경우 지하수의 주요 이동 경로로 기능한다. 따라서 암반 내 균열망(fracture network)의 형태, 연결성, 밀도, 개방성(opening aperture) 등은 지하수 흐름 패턴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 특히 균열의 지질학적 기원과 구조적 특성을 정밀히 해석하는 것이 지하수 모델 구축의 출발점이다.

균열의 유형과 기원적 특성

암반 내 균열은 생성 기원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째, 단층(fault)과 전단대(shear zone)는 강한 변형에 의해 형성되며, 대규모 지하수 통로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절리(joint)는 암반이 인장이나 감압에 의해 파열되면서 형성된 균열로, 일반적으로 수직 또는 수평 방향으로 정렬된다. 셋째, 냉각 균열(cooling fracture)은 화성암의 냉각 수축에 의해 발생하며, 다각형 패턴을 이루기도 한다. 이 외에도 용식균열(solution-enhanced fractures), 풍화대 균열 등이 존재하며, 각 유형은 형성과정에서 특정한 기하학적 특성과 수리적 속성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기원을 해석하는 것은 지하수 통로의 예측성과 연결성을 판단하는 데 결정적이다.

균열망의 기하학적 특징

균열망의 해석에서는 다음과 같은 주요 기하학적 요소가 고려된다. 균열의 길이(length), 간격(spacing), 밀도(density), 연속성(continuity), 방향성(orientation), 그리고 개방폭(aperture)이다. 이들 요소는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균열의 투수성, 전달성, 충전성 등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긴 균열이 단속적으로 분포하는 경우보다, 짧은 균열이 촘촘하게 연속적으로 연결된 구조가 더 큰 수리적 연속성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균열망의 기하학은 통계적 분석(예: 확률 모델링, 선형밀도 분석)과 현장 측정(스캔라인, borehole image log 등)을 통해 정량화되며, 수치모델에 직접 반영된다.

지하수 이동 통로로서의 기능

균열망은 암반 내에서 지하수가 우회하거나 집중적으로 이동하는 통로로 기능한다. 특히 지하수는 주로 균열이 교차하는 교점(intersection), 전단대 경계, 열린 절리집합(zones of increased fracture porosity)을 따라 흐르며, 이는 지하수 수위 변화, 유량 분포, 오염물 이동 경로 등에 큰 영향을 준다. 물은 높은 수두 차이가 존재하는 균열을 따라 빠르게 이동하지만, 균열이 폐쇄되거나 점토충전이 일어난 경우 이동은 제한되며, 저장 기능이 강화된다. 따라서 지하수 유동 경로는 단순한 포화 영역의 확산이 아닌, 균열망 구조에 의해 제어되는 비등방성 유동(anisotropic flow)으로 모델링되어야 한다.

균열 특성과 수리전도도 관계

균열의 수리적 기능은 수리전도도(hydraulic conductivity)와 직결된다. 균열의 개방폭이 클수록, 그리고 그 표면이 매끄럽고 연속적일수록 수리전도도는 증가하며, 그 수치는 비선형적으로 변한다. 일반적으로 수리전도도는 개방폭의 세제곱에 비례하는 쿠베르 방정식(Cubic Law)을 따른다. 하지만 실제 암반에서는 균열의 비정형성, 표면 거칠기, 부분 폐쇄, 충전물 존재 등으로 인해 단순 이론과 차이를 보인다. 이를 보정하기 위해 실측 자료(퍼커 시험, 유량 펌핑 시험 등)와 정밀 해석(CT 스캔, 핵자기공명 등)이 병행되며, 수치 모델 보정에 반영된다.

다공성 매질과 균열의 복합 구조

많은 암반 수계에서는 균열(flow conduit)과 기공(porous matrix)이 공존하며, 이는 복합 유동 시스템으로 작용한다. 균열은 빠른 유동 경로를 제공하고, 기공 매질은 저장 및 점진적 확산의 매체로 작용한다. 이러한 이중 유동 시스템(dual-porosity system)은 물질의 전달, 체류 시간, 오염물 확산 등의 물리적 특성에 큰 영향을 준다. 수리학적 모델에서는 균열과 기공 간의 유체 교환률(exchange coefficient)을 설정하고, 매질별 수리전도도와 저장계수(storage coefficient)를 이원적으로 적용해야 실질적인 유동 해석이 가능하다.

지하수 흐름 모델링에서의 적용

균열망 해석은 지하수 모델링에서 중요한 경계 조건 및 전역 매개변수로 작용한다. MODFLOW, FEFLOW, HydroGeoSphere 등 대표적인 수치 모델에서는 균열망을 discretized fracture 또는 equivalent continuum 개념으로 표현할 수 있다. 또한 discrete fracture network(DFN) 모델을 활용하면 각 균열의 위치, 방향, 투수성을 개별 요소로 반영할 수 있어, 복잡한 실제 지하수 유동을 고해상도로 재현할 수 있다. 이러한 모델은 특히 폐광, 터널 공사, 지하 저장소(예: 고준위 폐기물 저장시설) 등에서 유동 시나리오를 평가하는 데 효과적이다.

현장 적용 사례와 해석 기술

암반 균열망에 기반한 지하수 유동 해석은 국내외 다수의 프로젝트에서 실용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스위스의 Grimsel Underground Laboratory에서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소의 수리지질 특성 평가를 위해 고정밀 DFN 모델이 구축되었으며, 균열망의 변형 이력, 수리특성, 유체 화학 성분까지 통합 분석되었다. 국내에서는 영월, 울진, 양양 등지의 수문지질조사에서 시추공 이미지 로그, 유동시험, 전기비저항 탐사 등을 통해 균열망 특성과 지하수 분포를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현장 조건의 다양성과 해석 기술의 통합 필요성을 보여준다.

오염물 확산 및 수질 영향

균열망은 지하 오염물질의 주요 확산 경로이기도 하다. 특히 유류, 중금속, 유기염소화합물 등의 비점상오염원이 균열을 따라 빠르게 이동하며, 오염 확산의 범위와 속도를 예측하는 데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균열을 통한 오염은 종종 예측 불가능한 경로를 따라 이동하며, 점오염의 비등방성 확산, 재용출 현상, 체류 구역 형성 등의 복잡한 거동을 보인다. 따라서 오염물 이동 모델에서는 균열망과 기공매질 간의 상호작용, 반응성 운반, 정체구역을 고려한 다상 모델링이 필수적이다.

결론: 균열망 해석은 지하수 시스템의 핵심 도구

암반 내 균열망은 단순한 물리적 틈새가 아니라, 지하수의 흐름, 저장, 반응, 확산이 발생하는 3차원적 통로이자 구조적 지도이다. 이 균열망을 정량적이고 체계적으로 해석하는 일은 지하수 자원의 합리적 개발과 보존, 오염 예측, 구조물 설계, 자원 탐사에 이르기까지 지질학 전 분야에 걸친 실질적인 효과를 제공한다. 물은 암석의 틈새를 따라 움직이고, 암석은 그 틈새에 과거의 지질사와 현재의 수문지질학을 기록한다. 따라서 균열망은 곧 지하의 언어이며, 우리는 그 언어를 해독함으로써 지하수의 미래를 예측하고 제어할 수 있다.